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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신도시 개발과 지속가능한 지방도시 재생

경기도 인구만 엄청나게 늘어났다. 



지방도시 소멸이나 축소도시와 같은 말들이 오가는 요즈음, 시도별 인구증감을 보면 선 하나가 아주 두드러지게 눈에 들어온다.


그건 바로 경기도의 인구 증가선인데 1992년의 660만명에서 2018년에 1300만명으로, 26년동안 640만명이나 늘어났다. 거의 두배에 가까운 수치다. 같은 기간동안 전국 인구가 730만명 늘어난 점, 그리고 우리나라 지도에서 경기도가 차지하는 면적을 함께 생각해보면 1990년대 이후에 얼마나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었는지 알 수 있다. 1990년대는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과 같은 1기 신도시에 사람들이 입주하기 시작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대표이미지



경기도와 서울의 인구가 워낙 많은 탓에 다른 시도의 인구들이 고만고만해 보인다. 그렇다면 두 시도를 그래프에서 지우고 다른 시도만 살펴보자.









이제 그래프의 증감이 좀 더 잘 보인다. 1997년 경상남도에서 울산광역시가 분할되면서 경남의 인구가 급격히 떨어진 부분을 제외한다면, 1992년을 기점으로 인구가 줄어든 시도는 네 곳이 있다. 부산, 경북, 전남, 전북이다.


그런데 또 그래프를 보고 있자면, 인구가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심각해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비율로 따지면 전남같은 경우 1992년에서 18%나 줄어들었다. 그래도 회복불능인 상태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좀 더 세분화해서 들여다보면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40세 미만만 보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



40세 미만만 한번 살펴보자.





이제 문제의 본질이 점점 드러난다. 위의 그래프는 각 시도별로 1993년 40세 미만 인구를 100%로 두고, 각각의 기준치에서 얼마나 변했는지를 만들어본 것이다. 각 시도별로 1993년 당시 사회의 규모에서 얼마나 변화했는지를 볼 수 있다. 점선 그래프는 전국 인구 평균이다. 전국적으로는 40세 미만 인구가 1992년 대비 73%로 줄어들었다.


평균이 줄어들었으므로, 전국 각 시도가 평균과 같다면 73% 언저리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73%가 우리나라 전체의 문제라고 할 때, 전국 시도가 그 언저리에 비슷하게 있으면 모두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으므로 특별히 지방도시를 언급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위에서 보듯이 결과는 그렇지 않다. 전남은 51%로, 부산은 52%로(글 맨 밑의 부가 설명 참고),  40세 미만 인구가 25년동안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이 수치는 인구 고령화 문제와 직결됨과 동시에 앞으로의 추세도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고 말해주고 있다. 점점 적어지는 젊은층이 점점 적은 아이들을 낳기 때문이다.







경기도만 젊은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역시 하나의 선이 뻗친 머리카락처럼 위에 두드러져 있다.

122%의 경기도.

전남, 전북, 부산, 경북, 강원의 인구가 0.6배 이하로 줄어드는 동안 경기도에는 전국 다른 모든 도시와는 반대로 '젊은 사람'들이 1.2배나 늘어났다. (서울도 0.57배이지만 경기도의 인구 중 많은 비율이 서울에서 경제활동을 하기 때문에 서울은 제외했다)

강원도 같은 경우 전체 인구는 비슷하게 유지되었는데(1992년 155만 -> 2018년 154만), 그 안에서 40세 미만 인구가 훅 줄어들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사실, 위의 그래프만 보고는 지방도시 인구 감소와 경기도의 인구 증가를 직접적으로 엮어서 얘기하긴 어렵다. 지방에서 줄어든 인구가 경기도로 왔다고 단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그 동안 인구가 어디서 어디로 갔는지 다시 통계치를 뽑아봤다.





지방에서 경기도로 온 사람들이 많다



아래 그래프는 전체 연령의 시도별 인구 이동이다.

pc에서 그림을 클릭하면 좀 더 크게 보일텐데(모바일에서는 그래도 잘 안보인다), 가로축이 각 시도에서 매해 경기도로 얼마나 왔는지를 설명해주고, 세로축은 연도다. 위에서부터 1970년, 밑으로 가면서 2018년까지 있다.


파란색의 경우 해당 시도에서 경기도로 온 수치, 빨간색은 반대다. 경기도에서 빠져나간 수치다. 맨 왼쪽의 약간 다른 파란색은 그 해의 모든 경기도 전입 인구를 합산한 수치다. 서울의 경우 워낙 수치가 커서 그래프에서는 제외했다.





인천 세종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도에서 인구가 지속적으로 경기도로 흘러들어왔다. 강원, 충북, 충남이 최근에 경기도로 오지 않는 반면, 나머지 시도에서는 지속적으로 경기도로 들어온다. 







집을 많이 지었더니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특징적인 부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늘거나 줄거나 한다는 점. 

이 부분을 설명하기 위해 다른 수치를 더 가져왔다.


오른쪽의 노란 그래프는 각 해에 경기도에 지어진 주택의 수다. 출처와 기간이 약간 달라서 두 수치를 분리해서 넣었는다.

그냥 눈으로 봐도 연도별 경기도의 주택공급량과 경기도로의 순유입양이 비슷한 패턴으로 움직이는것을 알 수 있다. 당연한 얘기다. 집이 있어야 이사를 오니까.



잘 안보이므로 오른쪽의 몇 개 시도만 떼어서 확대해보자.





이제 좀 더 잘 보인다.


2002년 경에는 수지를 비롯한 곳곳에 많은 양의 집이 지어졌으며, 2016년 부근부터는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더불어 미사강변, 위례, 별내 등 여러 곳에 아파트 대단지들이 지어졌다.

그리고 그 집을 채우기 위해 서울과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경기도로 이주해 들어갔다.


경기도에 집을 지으면 사람들이 온다. 

많이 지으면 많이 온다.




각 시도 기준으로 보아도 경기도의 영향이 클까


그래도 약간 찜찜한 부분이 있다. 

위에서는 예를 들어 '전라남도의 인구가 줄어들었다'라는 문제를 언급했고 아래에서는 '경기도에 전라남도의 인구가 많이 이주해 들어왔다'라고 했는데, 전라남도에서 외부로 빠져나간 인구의 대부분이 경기도가 아닌 광주광역시라면 순전히 경기도 탓을 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경기도 인구 증가분의 대부분은 서울에서 온 사람들 때문인데, 그래도 경기도에 집을 짓는 것과 지방의 인구 감소 문제를 엮을 수 있을까?


그럼 다시 한번 데이터를 다르게 엮어보자. 1기 신도시 건설 이후에 대해 말하고 있었으므로, 위의 통계와 시기를 맞추어 1992년 이후부터 보겠다.







바로 위의 표에서 드러내지 않았던 부분은 바로 서울이다. 서울에서는 1992년부터 2018년까지 393만명이 경기도로 이주해갔다. 이 393만명이라는 수치는 같은 기간 동안 경기도에 순유입된 인구의 무려 82%를 차지한다.


그리고 위의 그래프는 "경기도에 건설된 신도시들은 서울의 주택난 해소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라는 주장을 충분히 뒷받침 할 수 있다. 





위의 그래프처럼, 같은 기간 동안 서울의 순 유출 인구를 보아도 경기도가 92%를 소화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즉, 1992년 서울에 주택난이 있었다고 한다면 서울을 제외한 타 시도에서는 경기도가 92%, 인천이 8%의 도움을 주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말이 맞더라도 지방의 인구 유출은 또 다른 문제다. 서울인천경기와 다른 지방도시의 규모가 워낙 차이나기 때문에, 전북 전남 경북 경남이 각각 경기도 순유입 인구의 3% 이하이더라도 각 시도의 순유출 기준으로는 큰 비율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각 시도를 보자.

수도권인 서울, 인천은 제외했다. 경기도 기준으로 순 유출된 지역인 세종, 충북, 충남, 제주도 제외했다.







부산은 약간 다르다. 수도권보다 경남으로의 유출이 많다. 


부산은 전국의 모든 시도로 순유출 되었다는 점이 매우 특징적이다. 위에 반올림으로 잘려 0%로 표시된 전북, 세종, 강원, 대구의 경우에도 각각 4543, 2529, 4702, 4799명이 순유출 되었다.








대구의 순 유출 인구 중 경기도로 간 비율은 30%











광주의 순 유출 인구 중 경기도로 간 비율은 33%












대전도 약간 다르다. 세종시의 영향이 매우 크다.










울산의 순 유출 인구 중 경기도로 간 비율은 29%








강원도의 순 유출 인구 중 경기도로 간 비율은 35%








전라북도의 순 유출 인구 중 경기도로 간 비율은 32%








전라남도의 순 유출 인구 중 경기도로 간 비율은 24%










경상북도의 순 유출 인구 중 경기도로 간 비율은 34%









경상남도의 순 유출 인구 중 경기도로 간 비율은 28%







부산과 대전을 제외하면,

대구, 광주, 울산, 강원, 전북, 전남, 경북, 경남의 순유출 인구 중 경기도가 차지하는 비율은 30% 안팎이다. 각 시도별로 서울과 경기로의 순유출 비율을 합하면 50%에서 75% 사이가 된다.


서울과 경기를 합하는 이유는 지방 입장에서는 둘 다 똑같은 '수도권'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 글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것은 지방에서 서울로 간 인구가 다시 경기도로 가느냐의 문제다. 만약 그걸 입증할 수 있다면 서울 주변에 건설하는 신도시와 지방인구축소의 문제를 좀 더 가깝게 연결시킬 수 있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주민등록 이전을 개별적으로 추적하지 않고는 단정지어 말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위의 그래프들을 통해 몇 가지는 대략적으로 말할 수 있다.



'경기도에 집을 지으면 그에 비례해서 지방 사람들이 온다'

'지방 입장에서는 경기도로의 인구 유출이 30% 정도의 영향을 준다'


'지방 입장에서는 서울로의 인구 유출이 30~40% 정도의 영향을 준다'


'지방 입장에서는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이 50~75% 정도의 영향을 준다'

'광주의 경우에는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이 82%에 달한다'



통계치를 좀 더 찾아서 살펴봤는데 서울의 경우에는 서울주택건설량과 인구유입량의 상관성이 적어보였다. 과거 데이터도 약간 부족해서 알아내기 어려웠다. 오히려 서울 인구 유입량은 경기도 주택건설량에 비례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가설을 하나 세울 수 있다면 "1990년대 이후 서울 주변에 건설하는 주택의 수와 전국의 인구 순이동량이 비례한다"고 보는 것이다. 인구 순이동이 주택 건설량 때문일수도 있고 다른 요인 때문일 수도 있는데, 점점 이것저것 해보다가는 일이 너무 많을 것 같아 이 쯤에서 마무리해보겠다.  



아, 물론 신도시 개발을 뒷받침하는 아래의 주장도 틀린 것은 아니다.


'서울 주변 신도시 개발은 서울의 주택수요 해결에 도움을 준다'


위에서 보았듯이 서울 순유출 인구의 92%는 경기도로 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 주장에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은 지방인구의 흡수에 대한 부분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지방 입장에서는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 비중이 상당히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원 글에서 윗 단락을 업데이트해서 새로 추가하다보니 갑자기 아래에서 논지가 건너뛰는 느낌이 있는데, 그냥 그대로 두었다)

이율배반적 정책이 동시에 실행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직장의 기회나 문화 시설이나 여러가지 삶의 기반시설들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건 이미 모두가 잘 아는 사실이다. 그래서 모여든 인구로 불거진 집값 문제와 같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계속 집을 짓는 것 같다. 최근에도 3기 신도시가 발표되었다.


그런데 동시에 젊은 사람들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지방 도시의 쇠퇴를 막아보기 위해 도시재생 사업을 한다. 



우리는 정말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사업'의 해답은 결국 도시재생 사업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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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자료는 국가통계포털(http://kosis.kr)과 경기통계(https://stat.gg.go.kr/) 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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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의 흐름과는 약간 달라 본문에 적지 않았는데, 인구 관련 여러가지 수치만 뽑아보면, 최근 언급되는 몇몇 지방 소도시보다 가장 문제가 심각해 보이는 곳은 부산이다. 25년간 인구도 10% 가량 줄어들고 젊은 층의 인구도 절반으로 줄어들었는데, 밀집된 도시라는 점, 그리고 최근에도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계속해서 지어졌던 일을 생각해보면 아마도 기존 도심의 고령화와 빈집 문제가 심각할 것 같다. 범죄와 같은 치안 문제는 일반적으로 밀도 높은 도시의 사정이 안 좋아질때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부산울산경남을 합쳐봐도 서울인천경기와는 달리 그 다지 건강한 수치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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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한 기사에 있는 아래와 같은 서술은 근거가 부족하다.(https://n.news.naver.com/article/022/0003364581)


'수도권에 30만호가 개발되면 서울 주거난을 해소하기보다 지방 수요만 흡수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수치상으로 보면 26년간 경기도 순유입 인구의 82%가 서울에서 왔기 때문에, 서울 주거난을 덜어주는 부분이 훨씬 크다. 단, 지방 수요 흡수도 틀린 말은 아닌데, 지방수요'만' 흡수한다고 말하는건 맞지 않다. 


이렇게 말하는게 좀 더 나을 것 같다.


'수도권에 30만호가 개발되면 서울 주거난을 해소할 수 있지만 지방 수요 역시 많이 흡수하게 된다.'


그런데 이 기사를 읽다 보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아니 그러면, 서울에 짓는 집은 지방 수요를 흡수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척 봐도 상관이 없을 것 같지는 않고 마찬가지로 흡수할 것 같은데, 과거 데이터가 약간 부족해서 알아보기 어려웠다. 이전에 다른 데이터를 얼핏 본 기억으로는 20대에 서울로 와서 학교와 직장을 다니다가 30대가 되어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무렵에는 경기도로 가는 것 같았다. 

다시 말하자면, 한 사람의 생애주기로 말해 볼 때, 


1. 지방출생/성장

2. 지방대학/수도권대학 (생략 가능)

3. 서울 취업 및 일단 거주

4. 혼인 후 주거 비용 부담으로 경기도 거주. 서울로 출퇴근


이런 순서가 있는 것 같고, 이게 우리 사회에서 하나의 '시스템'이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렇다면 저 시스템에 어느 하나 보탬을 주는 정책은 결국 시스템을 공고히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기사에서 주장하는 서울의 1-2인가구 공급도 저 시스템에 결과적으로 기여하게 되는 것 같다. 


결국 지방으로 인구를 분산시켜 지방도시 소멸 문제를 해결하려면, 서울과 같이 20세 이후 삶의 구심점이 될 수 있는 도시들이 지방 곳곳에 있어야 한다는 말인데, 저 시스템을 어디서부터든 깨서 선 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물론, 여기까지는 대부분 알고 있겠지만 해결은 참 어려운 문제다.

이것도 일단은 여기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