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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1인가구 분포 : 각자 다른 사정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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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연령별 인구 (서울, 2015년)




흔히 '1인가구'라고 하면 젊은 남녀들을 떠올린다. 그런데 1인가구의 연령별 그래프를 처음 봤을 때 가장 궁금했던건 55세 이상 여성들이었다. 특이하게도 나이가 들면서 다시 증가한다. 도대체 저 사람은 어떤 사람들일까? 


통계청에서 이런저런 자료를 받아 들여다봤다.










1인가구 연령별 / 혼인상태별 인구 (서울, 2015년)



궁금증은 오래지 않아 풀렸다. 같은 연령대에서 혼인상태별로 구분해보았을때 이유가 명확해졌다. 위의 그림에서 회색 부분이 잘 설명해주는데, 그들은 바로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낸, 즉 '사별' 후에 홀로 남겨진 사람들이다. 아마도 자녀가 있었다면 분가했을 나이다. 그래서 동일 연령대의 남성들과 양적 비대칭이 생긴다. 
(2015년은 혼인상태별 자료가 없어 2010년 자료를 이용했다. 5년의 차이가 있지만 위의 궁금증을 풀어보는데에는 큰 차이가 없을것으로 생각되었다)

연령과 혼인상태별로 1인가구를 구분해보면 왜 1인가구가 생기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44세까지는 미혼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 구간에서도 남자와 여자 사이에 피크 구간이 약간 어긋나는데, 이는 일반적으로 결혼하는 연령대가 남자가 약간 더 늦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된다. 

40세부터 이혼(노란색)과 유배우(주황색) 상태가 증가하기 시작한다. 유배우란, 배우자가 있으면서 1인가구를 이루는 경우이므로 주말부부등이 되겠다. 유배우 1인가구의 경우 연령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남자가 더 많아보이는 이유는, 아마 여자가 자녀들을 데리고 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55세부터는 사별이 눈에 띄게 증가한다. 통계적으로 남자가 일찍 죽기 때문에 남자는 연령이 올라갈 수록 별로 남아 있지 않고, 홀로 남겨진 여자들은 1인가구를 이루며 산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디에 살까?






1인가구 남녀/연령별 거처의 종류 ( 출처 : 통계청 )



연령별, 성별로 거처의 종류를 나누어보자. 일단 20~30대에서는 대부분이 단독주택에 산다. 물론 여기는 단독주택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다가구주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가구주택은 상위 분류에서 단독주택에 속한다) 붉은 벽돌에 하얀 띠를 두른 그런 집들말이다.


그런데 55세 이상의 여성을 보면(남성은 별로 남아있지 않다) 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많다. 다가구 주택에 사는 것은 주거비 때문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었지만, 고령자 층에서 아파트의 비율이 증가하는 것은 쉽게 납득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지도 위에 뿌려보기로 했다.


일단, 미혼과 사별의 경계를 45세로 보고 [남/녀] 및 [20-44세/45세 이상]의 구분을 조합하여 네 가지로 나누어 보았다. 주거용 건물이 있는 곳들을 중심으로 집계구 단위의 인구를 랜덤하게 뿌려보았다. (글로 쓰니 한줄이지만 사실은 꽤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20-44세의 1인가구는 대학가 주변, 혹은 직장 밀집지역에 주로 분포한다. 학교나 직장과의 접근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남자와 여자의 분포가 대체적으로 비슷한데, 차이나는 곳도 있다. 여자는 남자에 비해 강남 일대에 좀 더 많이 산다.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여대 근처에도 많이 있다. 남자가 여자보다 많은 곳은 노량진과 신림동이다. 시험 준비를 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 아닐까? 차이나는 곳을 다른 방법으로 다시 한번 보자.


1인가구 / 여성,남성 우세지역 / 20-44세

각 집계구별로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바탕으로 각각 우세한 정도를 색을 달리하여 지도 위에 표현하였다.


여성이 남성보다 우세한 지역은 크게 두 가지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영역에 관계된 이유인데, 강남, 홍대,송파처럼 지역 전반적인 경향으로 바라봐야 하는 경우, 그리고 이대, 성신여대 부근처럼 여성들이 많을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두번째 이유는 지하철 노선도를 겹쳐놓고 보면 드러난다. 이것은 '여성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교통이 편리한 곳을 더 선호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고 '여성이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외진 곳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두 가지가 다 맞을 수도 있는데, 자세한건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위의 지도를 보면서 주의할 점은, 여성 1인가구가 교통수단으로부터 먼 곳에 별로 없다고 해석하면 안된다는 점. 앞의 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여성들도 지하철로부터 먼 곳에 많이 살고 있다. 어디까지나 남녀간 상대적인 차이로만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엔 다른 연령대를 한번 보자. 45세 이상 연령층의 1인가구를 보면 서초-강남일대에는 별로 없고 서남쪽과 동북쪽에 많이 분포한다. 접근성보다는 주거비용과 큰 관계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서울에서 집값이 낮은 지역들과 대체적으로 일치한다.


그리고 지도를 자세히 보면 특이하게 밀집된 블럭들이 곳곳에 있다. 도시 주변부에도 있지만 옥수동 같은 곳에도 있다. 중계동 부분을 한번 확대해보자. 위의 그림에서 좀 더 큰 화살표로 표시한 부분이다.







점들의 분포가 밀집된 블럭을 확인해보면 60제곱미터 이하의 소형 아파트들이다. 모두 확인해보지는 못했지만 아파트 신축시 의무비율로 짓는 공공임대아파트들이 많다. 역시 주거비의 문제다. 이제야 앞의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1인 가구는 모두 힘들다. 스스로 원해서 1인가구로 살든, 원하지 않지만 살고 있든 모든 비용을 혼자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나이가 들면 덜 쓸쓸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차 줄어든다. 이혼했거나 사별한 고령층의 남녀들, 특히 사별한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적은 수입을 벌어들이며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작은 집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빅데이터빅데이터한지 5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공공부문에서 세심한 '고객 맞춤형 정책' 같은 것을 시행했다는 사례를 잘 들어보지 못했다. 요 사이 대선후보들이 내거는 공약을 보면 '200만호 주택 건설'을 부르짖던 시대와 과연 무엇이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큰 아젠다만 나부끼는 가운데 한 문장만이라도 디테일은 거론되지 않는다.


1인가구, 저출산 고령화, 청년실업 문제처럼 사람에 관련된 문제는, 각기 다른 사람의 사정이나 세밀하게 다른 지역별 편차를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한다. 사람의 문제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취업률이나 출산률같은 수치가 아니라 사람의 만족감과 행복이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잘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자의적으로 1인가구로 살기로 한 사람들, 한시적으로 1인 가구로 사는 사람들, 1인가구로 살 수 밖에 없는 사람들 모두는 각자의 사정에 따라 어느 정도의 복지 혜택과 생활의 편의를 누릴 권리가 있다. 


세심하고 배려깊은 정책. 그걸 여태 못하고 있는 건 과연 '4차산업혁명'같은 새로운 기술이 부족해서일까?








*. 위의 지도에서 반투명한 점 하나는 한 명의 거주자를 나타낸다. 

*. 통상적인 행정구역 지도의 면적을 이용한 맵핑은 강이나 산, 공원 처럼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넓은 지역도 해당 값이 분포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위의 지도에서는 주거용 건물 분포지역에 최대한 가깝게 점들을 분포시키는 작업을 했다.


*. 통계청 및 통계지리정보서비스의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하였다.

*. 배경 지도는 다음 지도를 사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