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ontent

자하하디드와 그의 설계안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관한 대중담론에 미치는 영향


건축이 사회적 생산물이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사회가 건축에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건축이 사회와 그 구성원에 영향을 미친다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질문을 한번 던져 본다. "건축은 사람들로 하여금 무슨 말을 하도록 만드는가, 즉 어떠한 경험을 하도록 만드는가?"

 

DDP 개관 이후 사람들이 블로그에 써내려간 글들 천여개를 모아 압축적으로 살펴보면, 사진찍고 먹는 경험, 전시에 대한 언급 이외에 독특한 점이 눈에 들어온다. '우주선'같은 '비정형'건축에 대해 사람들이 그 내부를 거닐며 '계단'과 '길'위에서의 경험을 감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인의 다른 건물묘사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특징이다. 자하의 현상설계 패널에서 내부 동선의 순환이 강조되었던 것을 돌이켜보면 그가 의도했던 바는 어느정도 충족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한편, 사라진 경험들도 있다. 사람들이 온전히 내부의 동선에 몰입하는 동안 유적과 운동장이라는 시간적 맥락과 동대문과 시장이라는 공간적 맥락에 대한 경험이 밀려나버린 것이다. 새로운 건물과 신기한 공간, 재미있는 컨텐츠를 만끽하는 동안 진입 홀 외부공간의 과거 유적은 보이지 않는 돌덩이가 되어버렸다.

 

규모로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성공적 재생 사업으로 평가받는 인천아트 플랫폼의 2천여개 글들을 보면, 다소 다른 양상들을 관찰할 수 있다. 아트플랫폼의 경험은 차이나타운과 자유공원, 신포시장과 더불어 공간적으로 확장되며, 근대 개항시기로 시간적 연결관계를 맺는다. 그렇다고 건물이 담는 내용이 취약한 것도 아니다. 전시와 레지던시 프로그램, 그리고 시민대상의 다양한 운영프로그램 또한 그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건물이 사람의 행위를 담는 그릇이라고 할 때, 그리고 사람들의 생각은 그 행위와 긴밀하게 연결된다고 할 때, 5천억원을 투자해서 우리는 도심 안의 큰 그릇에 어떠한 행위들을 담아냈는가. '좋은 건축'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대표이미지

 

 

 


 

2014.3.21-2014.5.21 DDP 관련 블로그 중 디자인 관련된 그룹의 유사성 연결망 (유사도 0.21이상, 30 clusters)

zoom / pan / drag 가능

 

 

 

 

 

초록

 

본 연구는 자하하디드와 그의 설계안이 DDP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에게 미친 영향을 그들이 생산한 텍스트인 블로그를 통해 분석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대중이 건축가라는 존재를 인지하는데 ‘자하하디드가 설계한 DDP’라는 사건이 영향을 주고 있는가의 문제를 다루었다. 둘째, 그의 ‘독특한’ 설계안이 DDP를 경험하는 대중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해 살펴보았다.
의미망 분석기법과 빈도 분석을 통해 수천건의 블로그 텍스트에 정량적 분석을 시도하였으며 이를 정성적 분석과 병행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을 이끌어냈다.
첫째, DDP가 대중적 인지도를 얻었던 현상과 함께, DDP를 언급한 사람들의 약 19%가 건축물의 건축가로서 자하하디드를 인지하였다. 이는 2007년의 현상설계 당선 시기부터 2014년개관 직전까지의 언론 노출에 힘입은 바가 크다.
둘째, 자하하디드가 건축물의 건축가로서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현상은 서울시 신청사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예와 비교해 볼 때, 언론 노출로 인한 자하하디드만의 특수한 경우로 보아야 하며, 건축물에 대한 건축가의 전반적인 인지도 상승으로 확산되었다고 볼 수 없다.
셋째, DDP를 경험한 사람들이 주로 언급한 세 가지 주제 중, 먹고 사진찍는 일상적인 경험과 전시 컨텐츠에 대해 언급하였던 부분은 다른 건물에서도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현상이다.
넷째, DDP를 경험한 사람들이 주로 언급한 세 가지 주제 중에 건축물의 내외부를 관찰하고 그 물리적 형상에 대하여 묘사한 부분은 DDP에서만 드러나는 특수한 현상이다.
다섯째, 다른 건물과 비교하였을 때 DDP에 대한 경험은 주변 공간과 지리적으로 연결되지 못하였다. 또한 운동장과 조선시대 유적을 일부 보존하거나 복원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경험은 역사적인 맥락으로 확장되지 못하였다.

 

A building impacts the society as the society influences a building. From this point of view, the study collected thousands of blog texts about Dongdaemun Design Plaza and conducted semantic network analysis on the basis of co-occurrences of words to examine the impact of ‘Zaha Hadid’ and her design on the public discourse about DDP. The analysis reached the conclusions as follows. First, 19% of the people who mentioned DDP on the blog were aware of Zaha Hadid as an architect of the building. That owed exposure in the press. Second, her publicity didn’t expanded to the other architects’ publicity. Third, ordinary activities like eating and taking photos and watching exhibitions as major discourses on the blogs about DDP were generally found on the blogs about other buildings. Fourth, the people who visited DDP showed an exceptional behavior describing the unsual form of the building. Last, the experience of DDP didn’t extend to historical and geographical context.

 

 

 

 

 

 

 

2014.10.

대한건축학회 논문집 계획계

 

 

김승범_자하하디드와 그의 설계안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관한 대중담론에 미치는 영향.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