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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공원의 바깥도시> : 용산공원 라운드테이블 발표자료

2017년 9월 22일 전쟁기념관 이병형홀에서 진행되었던 "용산공원 라운드테이블 1.0"(http://yongsanparkrt.com)에서 발표한 내용 중 주요한 부분들을 옮겨놓았습니다. 용산 공원의 접근성을 중심으로, 주변 지역들의 특징들을 돌아보는 내용입니다.

출처를 별도 표기한 일부 이미지 외의 저작권은 브이더블유랩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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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 이후에 서울의 행정구역 경계는 계속해서 확장해왔는데, 용산과 주변 지역 대부분이 본래 서울(당시의 경성)의 경계 안쪽에 있었다.








그런 연유로, 용산구에는 서울 다른 지역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오래된 건물이 많다. 1960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의 경우 서울 전체의 약 18%가 있다.







지도로 확인하면 위의 그림과 같다. 검은 점들이 현존하는 건물들 중 1960년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이다.


오래된 건물이 많고 건물들의 밀도도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 세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낮은 편이지만, 이러한 사실이 개발의 당위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미군 기지 반환 이후 용산 공원을 만들고 사람들이 몰려들 때 개발의 압력을 받겠지만 우리에겐 선택의 기회가 있다. 어떤 곳을 남기고 어떤 곳을 개발할 것인지.







그렇다면 서울 전역에서 용산 공원으로 올 때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될까? 


기 발표된 계획안을 바탕으로 45개 출입구를 옮겨보았다. 각 건물들의 중심점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용산공원에 올 때 걸리는 소요시간을 계산해보았다.

지하철을 탈 경우, 승강장 깊이를 고려하여 소요시간을 계산했으며, 지형에 경사도가 있을 경우 그에 따라 달라지는 시간도 반영하였다. 물론 현존하는 실제 버스노선과 정류장 위치에서 승하차를 고려하여 최적 혼합수단을 찾아 계산하였다.

건물마다 거주하는 인원이 다르겠지만, 모든 건물에 동등한 가중치를 주어 계산하였다. 다시 말해 100명이 사는 아파트와 4인이 사는 단독주택을 동일한 1개 건물로 계산하였다. 평일일수록 집이 아닌 직장이나 학교가 공원으로 향하는 출발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에 건물의 용도는 고려하지 않았다. 





서울 대부분의 지역에서 1시간 안에 용산 공원에 도착할 수 있다. 용산 공원은 대중교통 네트워크상에서 서울의 거의 중심에 있다.









위의 그림에서 원으로 표시한 부분은 인접해 있으면서도 10분 가까이 걸리는 지역이다. 국방부나 미국대사관(예정) 등등 폐쇄된 울타리를 지닌 시설들이 공원과 도시의 직접적 연결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이미지


그렇다면 65만개 건물에서 45개 출입구(예시)로 접근할 때 어떤 출입구를 많이 이용하게 될까? 위의 지도에서 붉은색 원은 현재의 계획안에서 주출입구처럼 묘사된 곳들이다.








놀라운 점은, 이촌역 바로 옆의 출입구에서 전체 접근경로의 51%가 집중된다는 점이다. 이촌역은 경의중앙선과 4호선에 역이 있다. 1호선을 타고 오는 사람들도 용산역에서 경의중앙선을 갈아타고 이촌역에서 내리는 것이 가장 빠르다.







부지 남서측 모퉁이에는 5.8%가 몰린다. 주로 버스를 타고 한강대교를 건너서 오는 사람들이다.






물론 사람들이 한정거장을 남겨두고 굳이 환승을 해서 가지 않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1호선을 타고 오는 사람들은 용산역에 내려 걸어갈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위에서 언급한 두 출입구의 집중도가 변화하여 각각 40.4%와 16.4%가 된다. 두 경우 모두 서로 인접한 남서측 출입구에서 전체의 57%를 소화한다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두 출입구 부근은 흔히 말하는 '동부이촌동'으로, 고가의 아파트들이 한강변을 따라 자리잡고 있는 곳이다.








아파트들이 지어진지 오래되면서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혹은 동빙고 근린 공원에 어린이집과 청소년수련시설 또한 예정되어 있다. 

이러한 아파트 단지가 하나하나 재개발되어갈 때 51%의 수요를 반영하는 도시 계획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용산공원에서 한강 고수부지로의 접근로를 만든다고 할 때 민간의 개발 계획에만 의존할 수 있을까? 이정도 규모의 공원에 왔을 때 한끼 정도는 먹고 가지 않을까? 공원 안쪽 출입구 인접 부분에서 어느정도 소화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공원 안쪽은 국토부가, 공원 바깥은 서울시의 영역인데 상호간에 정보들을 긴밀히 공유하면서 통합된 계획이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두 번째로 사람이 몰리는 부분은 숙대입구역과 남영역에 인접한 출입구들이다. 인접한 두 출입구를 합치면 28.3%가 된다. 서울 북측에서 접근하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게 되는 출입구다.







숙대입구역에 내리거나 남영역 지하철역, 혹은 그 주변에서 버스에 내려 공원으로 걸어가게 된다. 현재는 모두 부출입구처럼 계획되어 있으며, 남영동(법정동) 골목을 지나쳐서 들어가야 한다.







이 지역은 오래되고 낮은 건물들이 많다.






골목에서 현재 미군기지를 바라보면 위와 같다. 담벼락이 보인다.









이 지역은 소위 말하는 '남영동 먹자골목'이다. 음식점 이외에도 노래방, 주점, 숙박업소가 밀집된 유흥가이기도 하다. 현재의 계획처럼 이 지역이 고층 빌딩으로 재개발된다면, 공원으로 들어가는 '좋은 입구'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혹은 지금과 같은 유흥가를 거쳐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공원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과연 바람직할까? 


국토부 관할의 공원이 들어선 이후에 주변의 서울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사적 이익과 공적인 요구를 조율하면서 어떻게 '좋은 공원'을 넘어서서 '좋은 도시'를 만들 것인가?








대지 북측 출입구는 주변 동네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 






현재의 서울시 계획은 후암동을 관통하는 길을 이용하여 서울역, 남대문, 명동 등의 유동인구를 용산공원까지 끌어들일 것이라 서술되어 있다. 





이 지역에는 오래된 집들이 많다.






 일제강점기에 개발된 '문화주택'들도 남아있다.







블록 안쪽에는 단독주택과 다세대다가구 등 일반적인 주거지역이다.








건물도 6층 이하의 낮은 건물들이 대부분이다.







근 몇 년 사이에 큰 길을 따라 상점들이 많아졌지만, 블록 안 쪽에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상점들이 대부분이다. 







상가의 비율로 볼 때 위의 남영동과 비교해서 이 지역은, '사람 사는 동네'다.







또 한가지 이 지역은 지형의 기복이 심하다. 후암동도 남산 기슭에 있으며, 바로 옆 해방촌은 남산의 능선이 뻗어나온 곳이라 보면 된다.








단면선들을 끊어보면 위와 같다.








후암동종점로터리 정류소에서 해방촌쪽을 보면 경사 높은 계단이 있다. 








해방촌의 경우, 차 두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길을 통해 마을 바깥과 연결된다. 이 길을 따라 마을버스 한대가 다닌다.









출근시간의 움직임을 보면, 후암동 종점과 해방촌 오거리에서 사람들은 주로 마을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간다.







숙대입구역과 남영역에 주로 내리며, 녹사평역보다는 이 두 역을 선호한다.


후암동과 해방촌은 개발이 늦춰진 지역이지만, 오랜시간동안 도시 속 삶이 이루어진 곳이기도 하다. 용산 공원이 문을 열었을 때, 어떻게 하면 이 지역이 약간의 혜택을 입으면서도, 또 한편으로 고유한 삶의 양태가 보호되고 지역 원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삶을 이루어나갈 수 있을까? 







위의 사진은 숙대입구역 쪽에서 후암동 종점쪽을 바라본 장면이다. 우측에는 현재 미군기지 담벼락이 있다. 이 지역 사람들은 오랜 시간동안 그다지 유쾌하지 않은 담벼락 옆을 걸어다니며, 혹은 차로 다니며 생활해왔다. 안타깝게도 용산공원이 문을 연 이후에도 이 담벼락은 약간의 모습만 달리한 채 폐쇄적인 미국대사관의 경계가 된다.

협상의 여지가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10여년 후 용산의 땅이 우리의 품으로 돌아올 때, 이 길도 기분 좋은 길이 될 수는 없을까?









공원 동측으로는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낮다. 강남의 많은 건물들에서 다양한 수단으로 접근해 오다가 고속터미널 부근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반포대교를 건너서 용산공원에 도착하게 된다.






혹은 6호선을 타고 녹사평 역에서 내린다. 






물론 주변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이 이용하게 되는 출입구도 있다.


이 지역의 경우 비록 건물 기준의 접근 집중도는 낮지만, 이태원과 경리단길에 몰리는 많은 유동인구들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위에서 산출한 3% 내외의 집중도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도 있다.







앞에서 살펴본 지역들은 경계 바깥이다. 경계 바깥은 경계 안쪽, 즉 공원의 변화로부터 커다란 영향을 받게 된다. 이 지역의 특색들이 향후 사람들의 흐름과 마주할 때 지역 전체는 어떻게 변화할까? 지금의 특징이 앞으로의 잠재력이 될 수도 있고, 혹은 공원으로의 변화가 어떤 사람들에게는 위험요인이 될 수도 있다.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있고, 중요한 것들 중 하나는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우리'가 누구로 이루어질 것인가의 문제다.






공원은 중앙 정부에서 관리한다.







반면에 주변은 지방정부 즉 서울시의 관할영역이다.






사실, 실제 상황은 좀 더 복잡하다. 국유지는 위와 같고,







시유지와 군유지(이 경우 용산구)는 위와 같다.







물론 개인 소유 토지들도 많다. 








<사진 출처 표기 못함>



잠시 뉴욕의 이야기를 해보자. 2001년 9월, 테러로 인해 뉴욕의 초고층빌딩이 무너졌고 16년에 걸쳐 재건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도 상황이 용산공원과 비슷하다. 부지는 뉴욕시 한가운데 있었는데, 부지 소유주는 뉴욕뉴저지 항만청이었다.







그래서 부지와 부지 주변의 조화로운 개발을 진행하기 위해, 사업 초기에 LMDC라는 연합조직이 구성되었다.







LMDC에서는 뉴욕시와 시민의 역할을 대변하면서 연방정부의 지원금을 관리했다.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이 '그라운드 제로' 사업의 주요 개발주체들의 관계는 우리의 용산 공원과 어느 정도 겹쳐진다.






부지의 재건 사업 중, LMDC에서는 시민들과 관련성이 높은 시설들을 맡아 재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 표기 못함>



워낙 큰 규모의 사업이고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었다. 사업 초기에 시민들에게 공개되거나 참여가 보장된 여러가지 프로세스가 있었고, 물리적 건물을 짓는 사업과 공적 담론이 활성화되어 연결된, 전례없는 사례로 평가되기도 했다.


시민들은, 전문가들이 좋은 건물을 만들어 안겨주기를 바라지 않고 적극적으로 의사를 피력하면서 사업의 주요한 기로에서 큰 역할을 했다.







지역의 사람들은 그 지역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가장 잘 알고 있다. 좀 더 멀리 떨어진 서울 시민, 그리고 용산공원에 관심있는 전 국민들은 우리의 땅에 대해 발언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요구들을 좀 더 복합적인 상황에서 조율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여러가지 자료를 통해 분석하거나, 막연한 생각을 구체적인 형태로 만들어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실제 현상은 너무 복잡해서 예측은 쉽게 빗나가기도 하며, 많은 내용들을 조사해서 계획에 담아내기엔 역부족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이런 사업에서 '잘 만들어진 결과물'이 제 1순위의 목표가 되는 것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조금 부족하면 어떤가? '모두의 공원'이 되려면 그 과정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담아내는 것도 중요하다.




공공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바닥을 깔고 풀과 나무를 심고, 지형을 회복하고, 병영 건물을 탈바꿈시키는 것과 같은 물리적 조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 말을 건네며 의견을 교환하는 토론의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공원이 될 수 있다.


또 중요한 것은, 이를 받아내는 조직의 일원화다. 

국토부든, 서울시든, 시민들 입장에서는 똑같다. '시 정부'든, '나라'든 내가 낸 세금을 적절히 나눠가지며 나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는 행정조직이다. 지금처럼 경계 안쪽과 경계 바깥의 관할 조직이 다른 것 보다는 하나의 조직이 되어 문제를 풀어간다면 지금보다 좀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도시란, 위의 사진에서 보듯, 자연스럽게 이어진 하나의 전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