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인구 변화를 지도 위에 시군구 단위로 시각화 한 이 글에 새로운 발견은 없다. 인구 변화에 관심있던 사람이라면 대부분 아는 내용이다. 서울-인천-경기를 포괄하는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었고, 도시 지역이 아닌 곳들의 인구는 점점 줄어들어서 도시와 비도시 지역의 인구는 9:1 정도의 극단적인 비율에 이르렀다. 비도시 지역은 인구가 줄어들 뿐 아니라 점점 고령화되고 젊은 인구들의 유입이 적어진 탓에 '지방소멸'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 글은 익히 알고 있는 이런 내용들을 다룬다.
그렇다면 왜 이런 뻔한 내용을 굳이 시간을 들여 그리고 있을까?
데이터 시각화에는 여러가지 목적이 있는 것 같다. 무언가를 빠르게 탐색하고 발견하기 위해서 숫자들을 그림으로 바꿔보는 경우, 복잡한 사실들을 한 눈에 보기 좋게 표현하는 경우, 한 문장으로 된 표어처럼 단순한 표현으로 사실을 명료하게 돋보이도록 만드는 경우, 혹은 표현의 형식을 약간씩 새롭게 해 봄으로써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더라도 다시 새롭게 환기시키는 경우도 있을 것 같다. 이 글에서 다루는 내용은 마지막에 가깝다. 영화에 비유하자면 '고전 리메이크' 정도가 되지 않을까. 뻔하고 그리 복잡하지 않은 데이터지만, 계속 되새겨봐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작업에는 통계청의 인구 총조사 데이터를 사용했다.
1975년부터 2010년까지의 5년 단위 시군구별 인구를 2010년 행정구역 기준으로 집계한 데이터를 사용하고, 다시 2015~2020년의 1년단위 데이터를 결합하여 2020년 행정구역 기준으로 바꿨다. 바꾸는 과정에서 세종시는 과거의 연기군과 연계하는 등 일부 조정을 거쳤다.
우리나라 시군구는 250개지만, 수원시 같은 경우 하나의 기초자치단체가 여러개의 행정구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수원, 성남, 포항, 전주 등을 다시 하나로 통합하면 228개인데, 제주특별자치도만 2개의 행정시임에도 불구하고 합치지 않고 그냥 2개로 취급했다. 그래서 229개의 시군구 단위로 다루었다.
시군구의 인구는 위의 그림처럼 원의 면적에 비례하도록 그렸다. 보다시피 자치단체끼리도 인구 차이가 많이 난다.
1975년의 인구를 표현한 그림이다. 인구 규모를 표현한 원들이 각 시군구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그리려면 전체적으로 작게 그려야 한다. 서울은 대체적으로 자리가 부족해 보이지만 다른 곳들은 공간이 많이 남는다.
전국 그림을 그리면 어떤 지역들은 원이 작아서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원의 크기들을 전체적으로 똑같이 키우고, 원들은 겹치지 않으면서 서로를 밀어내도록 했다. 1975년의 인구를 다시 그려보면 아래 그림과 같다.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을 범위 내에 거의 가득 차도록 크기를 조정했더니 이제 다른 지역도 잘 보인다. 물론 수도권이 빽빽하긴 하지만 다른 시군구도 비교적 비슷한 인구 규모를 보여준다.
1975년의 전국 인구는 3528만명.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비율은 3:7이었다.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은 주황색으로, 다른 지역은 청록색으로 칠했다.
울릉도와 독도는 조금 서쪽으로, 제주도는 북쪽으로 당겨 그렸다.
이제 2020년의 인구를 보자.
같은 스케일로 그리니 수도권 인구가 경기도 바깥으로 튀어나왔다.
2020년의 인구는 5180만명,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비율은 1:1이다.
광역시나 청주, 천안, 전주, 창원 등 몇몇 시를 제외하면 대부분 인구들이 줄어들었다. 인구가 줄어든 지역은 1975년의 인구 규모를 검은색 원으로 표시하여 줄어든 정도를 대략 비교해볼 수 있도록 했다.
인구가 늘어난 지역들도 위의 그림처럼 표시해볼 수 있다. 경기도에서 고양, 시흥, 부천, 수원, 용인 등이 많이 늘어났는데, 대전, 광주, 대구, 부산, 울산 등 광역시들도 많이 늘어났다. 도시화가 진행되어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를 이룬 도시들은 늘어났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줄어든 것 같다.
물론 광역시 안에서도 원도심에 해당하는 지역들은 줄어들었다. 이렇듯 인구 이동의 양상은 약간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 명확한 원인에 근거한 것 같기도 하다. 일자리와 아파트(거주지) 아닐까. 좀 더 관찰해보면 인접 네트워크 효과도 있는 것 같지만, 오늘 그렇게 자세히 살펴볼 것은 아니다.
이제 45년간의 똑같은 인구 변화를 세 가지 다른 방식으로 그려보자.
우선 각각 시군구 중심으로.
수도권의 인구가 팽창했는데, 각 지역의 광역시들도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각 시도끼리 하나의 뭉치를 만들어 그려보자.
서울, 인천, 경기는 어차피 한데 들러붙어서 앞의 그림과 비슷해보인다.
이번에는 광역시 아닌 곳들의 변화가 명확하게 보인다. 경상북도를 보면 포항, 경주, 구미, 경산은 1975년에는 다른 시군구들과 비슷한 규모였으나 2020년에는 차이가 명확하게 벌어졌다. 전라남도 같은 경우도 순천, 여수, 목포를 제외하면 다른 지역들은 많이 줄었다.
이제 수도권과 나머지 지역으로 구분해서 보자.
1975년 3:7이었던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인구 규모가 2020년에는 1:1이 되었다.
2020년의 인구 총조사 기준으로 서울인천경기가 25,957,946명, 그 외 지역이 25,822,633명이다.
비수도권을 한데 모아놓고 보니, 1975년에는 비슷했던 규모의 시군구 인구가 2020년에는 큰 알갱이와 작은 알갱이로 양극화되는 양상이 좀 더 확실하게 구분된다.
확대해보자.
움직이는 그림으로 보자.
시도 이름이 제거되어 몇몇 시군구는 어디인지 알아보기 어렵지만, 양극화 되는 현상은 확실하게 보인다.
다시 시도별 집합으로 되돌아와 서울 인천 경기가 각각 인지되도록 크기를 좀 줄여보자. 경기도와 겹치지 않도록 서울은 약간 북쪽으로 중심을 두었다.
1975년에 서울,인천,경기가 각각 700만, 98만, 312만이었는데,
2020년에는 각각 960만, 295만, 1340만명이다. 경기도의 인구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경기도 내에서는 연천과 가평만 줄어들었다. 서울의 경우에도 중구, 종로, 성동, 성북, 서대문, 동대문, 용산, 마포구의 인구가 줄어들었지만 다른 지역과 같은 선상에서 문제라고 진단하기는 어렵다. 대부분의 토지가 최유효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시간 변화를 2000년에서 잠시 멈춰 한 번 끊어보자. 아래는 충청도와 전라북도다.
가만 보니 도시화가 덜 된 '군' 지역들의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 것은 최근이 아니라 2000년 이전이다. 인구가 늘어가는 지역은 계속 늘어가지만, 줄어드는 지역은 이미 20년 전에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 이런 이유로 2000년대 초반에 다수의 지역에서 지방교부금을 받기 위한 조건인 일정 규모의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 연말에 수도권으로부터의 위장 전입을 조직적으로 시도하곤 했었다.
2000년 이후에는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지방소멸'의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많은 지역에서 1차적으로 인구가 떠난 것이 최근이 아닌, 우리나라가 도시화되던 20세기말이라는 점은 지금의 지방인구 문제를 어떤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지 조금 더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것 같다.
다른 지역도 보자. 광주와 전라남도
광주의 경우는 외곽 개발이 많이 되었으므로 북구, 서구, 광산구의 인구가 크게 늘어났다. 남구는 2000년경까지 성장하다가 다시 줄어드는 것 같다. 전라남도는 광양, 여수, 순천, 목포를 제외하고는 많이 줄어들었다. 원으로 표시되어 정확히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신안의 경우 1/4 로 줄어든 것 같다. (숫자를 확인해보니 1975년 15만7천명에서 2020년 3만5천명으로 줄어들었다)
경상남북도
지역마다 조금씩 양상이 다르다. 부산과 김해 등은 대규모 아파트 개발로 인해 2000년 이후에도 인구의 변화가 크다. 비도시 지역의 인구가 급격히 줄어든 현상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2000년 이전에 좀 더 확실하게 보인다. 울산은 1975년 대비 모든 지역에서 인구가 늘어났다. 다만 울산 동구는 최근에 다소 줄어든 것 처럼 보인다.
강원도
역시 2000년 이전에 많은 지역의 인구들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마지막으로 제주도
제주도의 변화는 약간 다르다. 2000년 이후로도 제주도 인구는 계속 늘었고, 서귀포시의 경우 2010년까지 줄어들다가 그 이후로 다시 늘어났다.
마지막 그림은 1975년 대비 인구가 늘어나거나 줄어든 지역을 좌우로 구분해봤다. 우측에는 1975년 대비 인구가 줄어든 시군구가 표시된다. 늘었다 줄었다 하는 곳들도 있기 때문에 왔다갔다 하기도 한다.
인구 총조사 데이터는 2015년 이전은 5년 단위다. 따라서 1976년의 인구는 1975년과 1980년을 선형보간해서 계산했다. 그러므로 1975년과 1980년 사이의 경향은 일정하고, 따라서 한 해만 증가시켜도 1980년에 감소한 모든 시군구가 우측으로 이동하게 된다.
보시다시피 이미 1980년이 되기 전에도 대부분의 시군구에서 인구가 감소하고 있었다.
1975년 대비 1980년의 감소 지역
1975년 대비 2000년의 감소 지역
1975년 대비 2020년의 감소 지역
1975년 대비 2020년의 감소 지역을 수도권 vs 비수도권의 대비로 그려봤다.
수도권 지역은 인구가 감소한 지역도 인구가 많다.
수도권 vs 비수도권을 움직이는 GIF로 만들어봤다. (중간에 원의 크기를 잠시 줄인 이유는, 오른쪽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알고리즘상 다른 원들에 가로막혀서 미처 이동하지 못한 것들을 보내주기 위함이다)
1975년 대비 2020년 인구가 감소한 시군구들을 각기 다른 세 가지 표현으로 그려보면서 이 글을 마친다.
연령별로 구분해서 그린 내용은 다음의 글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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