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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득표 수를 어떻게 지도에 표현할 것인가?

선거의 득표 수를 어떻게 지도에 표현할 것인가? 이번 대선 득표 시각화를 준비하면서 시도해보았던 몇 가지 방법들을 기록해본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결국 보통의 평범한 지도를 선택하게 되었다.


몇 가지 다른 지도들을 만들어 본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질문이 있었다.


1. 얼마나 상세히 보여줄 것인가?

2. 선거인 수는 적지만 넓은 지역에서 오는 왜곡을 어떻게 보정할 것인가?

3. 후보별로 다른 색들을 어떻게 적절히 표현할 것인가?


우선, 그 대상으로는 국회의원 선거처럼 지역별로 합산하여 당선자를 결정하는 선거가 아니라, 대선이나 총선 비례대표처럼 전국의 득표 수를 합하여 결과를 정하는 선거로 했다. 지난 2012년의 대선의 경우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의 양자 구도였던 것에 비해, 2016년 국회의원 비례대표 선거의 경우 더민주당, 새누리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4개당이 전체의 93%가량을 차지한 구도였기 때문에 시뮬레이션에 적합하다고 판단하였다.



선거 결과 시각화에 대한 글로는 뉴욕 타임즈의 기사가 있다.

https://www.nytimes.com/interactive/2016/11/01/upshot/many-ways-to-map-election-results.html?_r=0


워싱턴 포스트의 기사도 있다.

https://www.washingtonpost.com/graphics/politics/2016-election/how-election-maps-lie/?hpid=hp_rhp-top-table-main_map-11a%3Ahomepage%2Fstory


색지도, 인구 대응 카토그램, 3d지도, 점밀도지도 등 다양한 지도들이 시도되고 있다. 그들도 이마를 탁 하고 칠 수 있는 '정답'같은 것을 찾지못한 걸 보면 일단 '새롭고 신선하고 명쾌한 지도'를 만들어내는게 그다지 낙관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 시작해볼까.







얼마나 상세히 보여줄 것인가?


기존의 대선 및 여러 선거에서 각종 미디어는 시군구 단위로 득표 자료를 보여주었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을텐데, 가짓수가 그리 많지 않아야 명료한 전달이 용이하고, 읍면동단위까지 들어가면 3000개가 넘는 경계선을 경계선이 그려져야 하는데 인쇄물이나 화면의 해상도도 적합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정적으로 읍면동 경계는 아마 구하기가 힘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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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5.26 추가

새로 알게된 사실인데, 10년전의 척박한 환경에서도 읍면동 수준의 엄청난 작업이 있었다.

https://goo.gl/pqiVB0    <- 바로가기

10년전 동아일보의 (당시) 권혜진 기자님의 작업이다. 그래도 지금은 행정경계 데이터를 하루 정도면 정제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당시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동아일보 입장에서도 꽤 의미있는 투자였던 것 같다. 왜 10년간 이런 작업이 계속 이어지지 못했을까. 결국 10년이 흐르도록 관련된 여러 환경이 시스템화 되지 못하고 개인의 의지와 능력에 의존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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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일단 읍면동 경계에서 개표데이터를 볼 때 과연 무엇이 달라지는지 살펴보자. 

일단 통계청에서 2012년의 읍면동 지도 경계를 받고 일부분을 다듬어서 2012년의 대선 데이터를 얹어 보았다.


왼쪽이 시군구 단위의 개표 결과, 오른쪽이 읍면동 단위의 개표 결과다. 오른쪽의 경우 붉은색이 박근혜 1위 지역, 파란색이 문재인 1위 지역이다.


       

2012년 대선 박근혜/문재인 득표 지도


좌측 지도 출처 : 연합 뉴스(http://www.yonhapnews.co.kr/medialabs/election/result.html)



우선 곳곳에 숨겨진 결과들이 읍면동 단위에서 드러난다. 경남의 경우에도 시군구 단위에서는 모든 지역에서 박근혜가 1위를 한 것 같지만, 읍면동 단위를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제주도의 경우에도 사람들의 표심이 남북(제주시와 서귀포시)으로 갈린 것 같지만, 읍면동 단위를 보면 양상은 달라진다. 남북 차이가 아니라 도시지역과 비도시지역으로 나뉜 것이 확실히 보인다.


상세한 단위의 개표 맵핑은 특정 지역의 성격을 한눈으로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렇다면 가장 상세한 단위인 투표소 단위로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투표소의 관할구역지도 같은 것이 존재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목록이라도 있으면 어찌어찌 해볼 수 있을까 하여 목록을 찾아보기로 한다.



잠시 옆다리 : 투표소와 통 반


투표소의 목록과 주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일괄적으로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투표소의 관할 구역은 각 지방선거관리위원회에서 자치구별 게시판에 각각 게시되어 있다. 물론 중앙에서 취합은 하겠지만 통합하여 공개하지는 않는다. 일례로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의 서초구 선거관리위원회 게시판에서 찾은 투표소 관할구역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통반이다. 이게 얼마만인가



서초1동 제1 투표소는 서초1동 1통~8통이란다. 이 얼마만에 보는 통반인가. 통반을 검색하다 보면 초등학교에서 숙제로 자기 집의 통반을 알아오라고 해 난리가 났다는 내용만 보인다. 사실 통반은 사람을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행정동 주소 체계에서 동 아래의 위계를 지니고 있으며, 동사무소에서는 꾸준히 관리되지만, 일상생활에서 딱히 알 필요는 없다. 혹시라도 초등학교 자녀의 숙제를 위해 검색하다 이 곳에 들어온 분들은 동 주민센터로 전화해서 문의하기 바란다. 30초안에 알려준다고 한다.


쓸데 없는 말이 길어진 김에 한 마디만 더 하자면, 몇 년 전 도로명 주소가 도입되면서 주소가 두 개가 생겼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사실 우리나라의 주소는 세 가지다. 법정동, 행정동, 도로명 주소.


법정동은 지번으로 완성되며 재산을 관리할 때 쓰인다. 따라서 도로명 주소가 도입되어도 없앨 수 없다.

행정동은 통-반 혹은 리-반으로 끝나는데, 사람의 관리를 위해 쓰인다. '마을 이장님'이 바로 리의 장이다. 행정동에 지번을 결합시켜서 주소를 쓰는 건 사실 이치에 맞지 않는다. 게다가 행정동과 법정동은 서로 완전한 포함관계가 아닌 경우도 많기 때문에 두 개 법정동의 번지를 가리키게 될 수도 있다.

도로명 주소는 정황상 판단해보건대, 일반 사람들의 편의가 아니라 우편 배달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듯하다. 혹은 많은 주소를 순차적으로 방문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주소라는 생각이 든다.


다시 글로 돌아오자면, 투표소는 통반으로 나눈다. 그러면 위의 그림에서 서초 1동 1통은 도대체 어디인가? 이것은 게시판 등에 공개되지 않은 곳들도 많아 보이는데, 이를테면 강남구청 사이트에서는 아래와 같은 문서를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실제 지도를 들여다보면 다음과 같다. 위의 표에 나온 26통과 27통을 구분해보자. 한 아파트 단지에서 1동과 6동, 그리고 2,3,5동을 구분해야 한다.






행정동 경계로 그려보자


결국 통반을 다 찾기도 힘들고, 통반을 단위로 한 투표소 경계를 만들기도 어렵다. 그렇게 만들어진 상세한 투표소 단위로 전국의 개표 지형도를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래서 투표소 경계지도를 만드는 것은 그만두기로 하고 읍면동 단위의 지도를 그려보기로 결정하였다. 여기서의 읍면동이란 행정동을 말한다. 행정동 경계는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데, 이번 분석을 계기로 정리하여 [이곳]에 올려놓았다.


투표소 단위의 분석은 정말 세밀한 지역의 표심이 궁금할 경우 서울 한개 구 정도에서는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농도로 개표 데이터 표현해보기 




2016년 총선 비례대표 지역별 1위 득표 정당(우측 - 서울경기지역 확대)



위의 그림은 2016년 총선 비례대표 선거 결과를 행정동 단위로 집계한 후, 각 행정동에서 1위를 한 정당의 색을 표시하였다(빨강- 새누리, 파랑- 더민주, 초록 - 국민). 색의 농도는 득표율을 그대로 반영하였다. 일단 위의 지도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데, 우선 여기서는 한 가지만 짚어보자.


일단 득표 결과로 볼 때, 새누리 745만, 더민주 548만, 국민 588만표임에도 불구하고 파란색(더민주)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더민주가 2위를 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와 같이 결과가 나올 때는 지역별 1위 지도는 선거의 결과를 '한눈에' 보여준다고 말하기 어렵다. 


다만, 농도로 득표율을 표시하였으므로 흰색이 많이 섞인 곳들은 다른 정당이 높게 득표했다고 추측할 수 있지만, 그 정당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데다가, 지도에 나타나지 않은 제 3의 정당을 염두에 두며 지도를 이해하는 과정이 자연스럽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단 정당별 득표율을 확인하기 위해 정당별 득표지도로 분리시켜 보겠다.








정당별로 나누어 득표율 지도 그려보기



2016년 총선 비례대표 정당별 득표율 ( 좌 : 더불어민주당, 우 : 국민의당)



2016년 총선 비례대표 정당별 득표율 ( 좌 : 새누리당, 우 : 정의당)





각 정당별 득표율로 지도를 분리시켜봤더니 각 정당들이 어디서 얼마나 표를 얻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더민주당이 경상도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표를 얻고,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많은 표를 얻었으며, 새누리당은 경북지역에서, 정의당은 주로 도시지역에서 표를 얻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쩌면 두 정당도 아닌 3~4개의 정당의 득표 결과를 한 장의 지도로 보여주려는 것이 애초에 무리한 시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위의 지도처럼 정당별 득표를 분리해서 보면 오히려 더 명확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선거라는 것이 이기고 지는 결과로 귀결되는데, 위처럼 지도들을 분리하게 되면 정당별 비교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정당별로 나누어 득표수 지도 그려보기


일단은 지도들을 분리해서 보기로 하고, 위의 지도가 지닌 다른 문제들을 생각해보자. 


흔히 지적되는 문제지만, 보통의 지도에 득표율을 색으로 칠하면 지역의 넓이가 선거 결과를 왜곡해서 보여주게 된다. 예를 들어, 경북과 강원도의 많은 읍면동들이 선거인수 2~3000명 수준에 불과하지만 넓이가 넓은 곳들이 많다. 면적은 훨씬 작으면서 1만명이 넘는 수도권 지역들을 염두에 두면, 인구밀도가 낮지만 면적이 넓은 지역들에 득표율대로 색을 칠하는 것이 과연 결과를 잘 전달하는 것인지 생각해볼만하다. 


그래, 어차피 정당별로 분리하기로 하였으니, 그러면 그냥 득표율이 아니라 득표수에 비례하도록 색을 칠하면 어떨까? 득표 수가 10000명 처럼 많은 지역은 진한 색으로, 몇백명에 불과한 곳은 하얀색에 가깝도록 규칙을 정하여 지도를 다시 그려보았다.



2016년 총선 비례대표 정당별 득표수 ( 좌 : 더불어민주당, 우 : 국민의당)

2016년 총선 비례대표 정당별 득표수 ( 좌 : 새누리당, 우 : 정의당)



득표수를 농도에 비례하도록 지도를 다시 그려보니 확실히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지역과 비도시지역에서 어떤 곳이 득표수의 총 합에 많이 기여했는지 드러난다. 지도에서 비도시지역의 시각적 중요도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새누리당을 제외하면, 더민주당도, 국민의당도, 정의당도 득표 패턴이 비슷하게 보인다. 세 정당 모두 도시지역에서 높은 득표수를 기록한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비도시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누구를 지지했는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아니 그보다도 득표수 지도의 문제점은 득표비율 지도에서 드러났던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차이를 거의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지도들은 마치 서로 다른 색으로 표현된 인구밀도 지도처럼 보일 뿐이다.



그렇다면 다시 득표수 방식을 버리고 득표율로 돌아가겠다. 








사람이 사는 지역 위주로 칠해보기


다시 득표율을 칠하되, 이번에는 약간 다르게 접근해보겠다. 다시 짚어보면, 농촌처럼 면적은 넓으나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을 전부 진한 색으로 칠하게 되면 그 면적 가득 사람들이 사는 것 같고, 그 사람들이 모두 칠한 색 만큼의 지지율을 지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렇다면,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을 칠하지 않으면 어떨까?


방법을 대략 말하자면 이렇다. 


1. 전국을 200x200의 정사각형 격자로 나눈다.

2. 건물 지도를 불러들이고, 사람이 거주하는 건물들만 선택한다.

3. 1번의 격자에서 2번의 건물들과 겹치는 격자들만 남긴다.

4. 읍면동 경계지도 폴리곤에서 3번의 결과 부분과의 교집합만 남기고 나머지는 지운다.


그렇게 하면 아래와 같은 지도가 만들어진다. 여전히 읍면동 단위는 살아있다.




서울 부분. 한강, 용산미군기지, 남산 등 유권자가 거주하지 않는 지역들은 지워버렸다.



제주도. 한라산 등 역시 사람들이 거주하지 않는 지역들은 지워버렸다.






경상북도 상주시 낙동면 부근. 노랗게 선택된 낙동면은 경계가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위와 같이 기본 지도가 완성되었다. 200미터의 격자로 나눈 까닭은, 그냥 주거시설만 남겨서 색을 칠할 경우 너무 작아서 전국 단위에서는 점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200미터의 버퍼를 두어 거주지역을 표시하였다고 보면 된다.


다시 후보별 지도를 그려보자.



2016년 총선 비례대표 정당별 득표율 ( 좌 : 더불어민주당, 우 : 국민의당)



2016년 총선 비례대표 정당별 득표율 ( 좌 : 새누리당, 우 : 정의당)




확실히 사람이 덜 사는 지역은 색이 칠해지지 않았고, 대도시들은 밀도 있게 색으로 채워졌다. 산지나 하천도 제거되어 착시 정도를 줄여준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충남의 유권자는 160만이고 대전의 유권자는 110만인데, 위의 그림상으로는 몇 배 이상 차이나 보인다. 1층의 낮은 집들이 평지에 넓게 퍼져 있기 때문에 많은 수의 200미터 그리드와 겹쳐졌고, 그래서 경북이나 강원도 등 산지가 많은 지역보다 살아남은 200미터 격자의 수가 많다. 


다시 말해, 지역의 넓이와 인구밀도에서 오는 문제를 보정해보려고 시도한 형식이지만, 여전히 많이 왜곡되어 있다.

또 한가지 문제는 득표의 분포가 확실하게 인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래 지도를 보자.



2016년 총선 비례대표 더불어민주당 득표율 ( 좌 : 기본 지도, 우 : 주거지역 위주로 칠한 지도)



오른쪽 지도가 어느 정도 보정이 된 것이지만, 눈에는 왼쪽이 더 확실하게 인지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여러가지 생각을 해 볼 수 있다. 


'사실 우측처럼 뚜렷하게 구분되지 않는 것인데 괜히 좌측처럼 영역의 경계를 뚜렷하게 나누고 칠하여 지도를 그림으로써 현상보다 증폭된 경계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


'좌측 지도를 보면 전라북도 북동측 지역이 더불어민주당에 많은 표를 던진 것 같지만, 우측에서 보듯이 실제로 유권자는 별로 없는데, 그렇다면 좌측 지도를 통해 별로 의미가 크지 않은 사실을 쓸데없이 구분하여 인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각화라는 것이 현상을 한 눈에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다소 왜곡되었더라도 좌측의 지도를 택하는게 더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생각은 이 쯤에서 적당히 해두고 일단 가던 길을 더 가보자.





점 밀도 지도로 그려보기


앞에서 지적한 문제, 주거격자 지도에서 충남의 유권자가 대전의 유권자보다 몇 배 이상 되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을 한번 해결해보자.

주거격자 지도를 만들었기 때문에 해 볼 수 있는 방법이 한가지 생각났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아예 득표의 수 만큼 점을 찍어보는거다. 한표당 점 하나를 찍으면  QGIS 등에서 빠르게 돌려볼 수 없을 것 같아, 10표당 점 하나를 찍어보았다. 예를 들어, 더불어민주당이 종로구 평창동에서 2,202표를 얻었다면, 평창동의 주거격자 지도에 220개의 점을 랜덤하게 찍으면 된다.



2016년 총선 비례대표 정당별 득표수 점밀도 지도 ( 좌 : 더불어민주당, 우 : 국민의당)



2016년 총선 비례대표 정당별 득표수 점밀도 지도 ( 좌 : 새누리당, 우 : 정의당)



사실, 이 지도가 현실에 가장 가까운 표현이다. 도시지역에 대부분의 사람이 살기 때문에 전체 선거의 당락은 도시지역이 좌지우지 하게 된다. 여기서 도시란 물론 광역시 이하의 지방 중소도시들을 포함한다.

다시 득표 수로 표시했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 기준을 대구와 광주에서 비슷한 득표수(대구 15만표, 광주 17만표)를 기록한 사실은 이 지도에서 잘 보인다. 득표율 지도를 보면 마치 더불어민주당은 대구에서 표를 거의 못 얻은 것 같다. 


그렇지만, 결국 이 지도는 점들이 듬성듬성한 밀도로 찍힌 비도시지역을 오히려 반대로 너무 작게 왜곡시킨다. 그 결과, 전체 표심의 지형이 드러나지 않고 그저 도시화된 지역을 표시한 지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경우는 득표 지형에서 별다른 차이조차 관찰하기 어렵다.



일단 단점은 덮어두고 이 지도가 가진 가능성을 더 생각해보자. 지도에 점으로 표현하였으니 모든 득표지도를 하나로 합쳐볼 수 있을 것 같다. 점에 약간의 투명도를 주고 한 장의 지도에 모두 표현해본다.


2016년 총선 비례대표 4개 정당의 득표수 점 밀도 지도



잘 될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쇠라'가 생각난다. 그래, 이건..... '점묘법'이다. 정보를 표현하는 지도라기보다는 회화의 차원으로 승화되어버렸다.


그래, 하지만 쇠라의 그림도 가까이서 보면 점이 보이지. 그럼 한번 확대해보기로 한다.






2016년 총선 비례대표 4개 정당의 득표수 점 밀도 지도 - 서울과 주변



확대하니 좀 더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서울 내부는 표들이 많이 섞여 있는데, 한 후보를 주로 찍은 지역들은 확실히 구분이 된다. 그리고, 유권자 수 분포는 확실히 잘 보인다.

좀 더 확대를 해보자.






2016년 총선 비례대표 4개 정당의 득표수 점 밀도 지도 - 동작,서초,강남구



확실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녹색/파란색이 많은 관악, 동작구와 빨간색이 많은 서초강남구는 구분이 된다.

 

그렇다면 이 지도의 문제를 해결해보자. 점들이 무작위로 섞여 있기 때문에 분간이 잘 가지 않는다는 문제인데, 그렇다면 지역별로 색을 복잡하게 섞지 않고 어느 정도 구분하여 1,2,3,4위를 표시하는 방법을 고려해보자.


그렇게 하여 아래와 같은 지도를 고안해보았다.





격자 그래프 지도로 그려보기



위의 점 밀도 지도를 바탕으로 작업한 것이다. 전국을 다시 가로로 긴 직사각형의 격자로 구분하고, 각각의 직사각형 안에 들어가는 점(득표 수)을 세서 가로막대비율 그래프로 표현한 것이다. 각각의 격자 안에서 색의 순서는 왼쪽부터 1,2,3,4위로 둔다. 격자 안에 포함되는 점의 수가 많아질수록 색이 불투명해진다.(진해진다)


그렇게 전국 지도를 그리면 아래와 같이 된다.



2016년 총선 비례대표 4개 정당의 득표수 격자그래프 지도



아무래도 전국 단위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이 지도는 확대되어 격자의 디테일이 드러날수록 잘 보인다.



2016년 총선 비례대표 4개 정당의 득표수 격자그래프 지도



수도권 지역의 지역별 유권자의 밀도와 득표 분포 지형이 적당히 보인다.




2016년 총선 비례대표 4개 정당의 득표수 격자그래프 지도



대구와 부산의 득표양태가 다르게 보이고, 경상도와 전라도의 확연한 색 차이도 보인다. 




2016년 총선 비례대표 4개 정당의 득표수 격자그래프 지도



더 확대하면, 서울의 강남구에서 새누리당이 1위를 한 사실, 관악구 동작구 영등포구에서 표심이 대등하게 갈리며 엎치락뒷치락 한 사실, 고양시에서 정의당이 선전한 사실들이 잘 드러난다.


확대해서 분석적으로 접근하기에는 좋은데, 그래도 전국 단위에서 잘 보이지 않고, 아무래도 친숙하게 읽히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제는 갈때까지 가 본 것 같다.





다른 곳의 시도들


다른 시도로는 카르토그램(cartogram)이라고 하여, 단위 지역의 면적을 인구비례에 맞추어 변형시킨 지도가 있다. 아래와 같다.


출처 : http://scienceon.hani.co.kr/74863 에서 화면 캡쳐




이 지도 역시 '정확한 인구비례'를 보여준다는 장점을 지니지만 시각적으로 친숙하지 못하고, 지역간의 지리적 인접 관계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결정적으로 서울처럼 확대된 부분에 바로 인접한 부분들이 심하게 왜곡되어 제 형상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 집중해서 보면 그럴듯 하지만, 서울 지역의 확대에 영향을 받은 주변 지역들은 변형 과정에서 스스로를 중심으로 두지 못한채 형태가 뒤틀려버렸다.


차라리 좀 더 사람에 의해 조작되었긴 하지만, 아래와 같은 카토그램이 보기에는 더 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보통의 지도에 익숙하기 때문에 아래 지도에서 어디가 어디인지 좀 더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출처 : http://www.ohmynews.com/




귀결 


그래서 결국 이런저런 시도들을 실컷 해본 후, 나는 그냥 보통의 지도를 사용하여 선거 결과를 그려보기로 결정하였다.

지도들은  http://www.vw-lab.com/39 여기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혼자 득표 지형을 상세히 보고 싶을 때는 위의 득표수 격자그래프 지도를 사용하고 있다. 아래에 몇 장 소개해본다.



대표이미지

2017년 대선 다섯 후보의 득표수 격자그래프 지도



2017년 대선 다섯 후보의 득표수 격자그래프 지도 - 대구~경남




2017년 대선 다섯 후보의 득표수 격자그래프 지도 - 전라도




2017년 대선 다섯 후보의 득표수 격자그래프 지도 - 서울/인천/수원



QGIS 프로그램 기준으로 지도 띄우는 법을 geojson파일과 함께 아래에 설명해두었다. 아래의 지도는 가로 5000미터의 장방형 격자그래프 지도다.


2017_대선득표지도_5000m.zip

지도 띄우는 법.pdf



뻔한 말이지만 시각화에 정답은 없다. 

각각의 지도가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목적에 따라 적절하게 만들어야 한다.

왜곡을 보정하였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로 인한 다른 왜곡은 없는지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서두에서 밝혔듯, 나는 긴 시간의 고심 끝에 결국 늘 그려오던 친숙한 지도로 돌아가기로 했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농도를 조절하여 인구가 적은 넓은 지역이 압도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해주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그쳤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형식의 지도'를 그려보려는 시도들이 쓸데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연금술은 금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무수한 시도 속에서 금을 만들어내는 것보다 더 값진 파장을 일으켰으니까.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본다.


보여주고 싶은 후보가 다섯이나 되는 선거의 결과를, 한 장의 지도에 담아내려는 것이 과연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